◆ 결로와 곰팡이 분쟁의 서막과 임대인의 기본적 수선 의무
⊙ 장마철이나 추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벽면을 까맣게 뒤덮는 결로와 곰팡이입니다. 임대차 관계에서 이 문제는 가장 흔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단골 소재입니다. 임차인은 "집이 부실해서 곰팡이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임대인은 "환기를 안 시켜서 생긴 것이니 임차인이 도배를 해내라"며 맞섭니다. 이 평행선을 달리는 논쟁의 해답은 결국 민법과 대법원 판례의 해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우리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임대인은 임차인이 해당 주택에서 정상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할 포괄적인 수선 의무가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파손의 규모가 작고 큰 비용이 들지 않아 임차인이 쉽게 고칠 수 있는 정도라면 임차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주택의 본질적인 기능을 상실하게 할 정도의 중대한 결함이라면 임대인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구조적 결함에 따른 결로와 곰팡이 : 임대인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 판례가 임대인의 책임을 묻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건물 구조상의 결함'입니다. 벽체의 단열재 시공이 불량하거나 창호의 기밀성이 떨어져 외부 찬 공기가 그대로 유입되는 경우, 혹은 외벽의 미세한 균열로 인해 빗물이 스며들어 발생한 곰팡이는 임차인이 아무리 환기를 잘 시켜도 막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조적 결함으로 발생한 수선 필요성에 대해 임대인의 수선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 실제로 단열 시공 미비로 인해 발생한 결로 사건에서 법원은 "임차인이 통상적인 관리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내부의 온도 차로 인해 결로가 발생했다면 이는 임대인의 수선 의무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곰팡이가 가구를 훼손하거나 거주자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수선비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임대인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 시 단열 상태나 곰팡이 흔적을 미리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 방어 전략이 됩니다.
◆ 임차인의 선관주의의무와 관리 소홀 : 임차인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 반면, 집의 구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오로지 임차인의 생활 습관 때문에 곰팡이가 발생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민법상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선관주의의무)'를 가집니다. 추운 날씨라고 해서 한 달 내내 창문을 닫아두거나, 좁은 실내에서 과도하게 많은 빨래를 건조하며 습도를 높이는 행위, 혹은 벽에 가구를 바짝 붙여 공기 순환을 막는 행위 등은 관리 소홀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법원은 임차인이 환기를 소홀히 하여 곰팡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될 경우, 원상복구 의무에 따라 도배 비용 등을 임차인이 부담하도록 판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축 아파트처럼 단열 성능이 뛰어난 집에서 특정 가구만 곰팡이가 발생했다면 법원은 이를 구조적 결함보다는 임차인의 관리 부실에 무게를 둡니다. "환기만 제대로 했어도 곰팡이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더해진다면 임차인은 수선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 분쟁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응 절차와 증거 확보
⊙ 결로와 곰팡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록'입니다. 곰팡이가 처음 발견된 시점의 사진과 영상, 그리고 당시의 실외 및 실내 온도와 습도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 즉시 임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수선을 요청해야 합니다. 만약 임대인이 수선을 거부한다면 '임대차 분쟁 조정 위원회'를 통해 조정을 신청하거나, 전문가를 통한 누수 및 단열 진단을 받아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 수선 책임 주체를 가릴 때 판례는 '누구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분쟁 초기부터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이성적인 데이터 제시가 필요합니다. 임차인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환기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제습기 사용 기록 등을 제시할 수 있고, 임대인은 건물의 하자 진단 보고서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가 없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2026년의 부동산 시장은 더욱 투명해지고 있으며, 법원 역시 단순히 약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을 묻는 추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 결론 : 갈등 없는 주거 환경을 위한 사전 점검과 상호 배려
⊙ 결로와 곰팡이 문제는 결국 '살기 좋은 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누구에게서 부족했느냐의 문제입니다. 임대인은 입주 전 단열과 누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여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하며, 임차인은 주거 공간을 내 집처럼 아끼고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판례는 최후의 수단일 뿐,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문제가 커지기 전 임대인과 임차인이 머리를 맞대고 제습기 설치나 단열 보강 등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는 것입니다.
⊙ 부동산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수많은 분쟁을 지켜본 결과, 명확한 증거와 논리적인 대화만이 수백만 원의 수선비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2026년 한 해도 쾌적한 주거 환경 속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 가치를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오늘 분석해 드린 판례의 원칙들이 여러분의 임대차 관계를 더욱 단단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지침서가 되길 응원합니다.